- 저자
- 박민규
- 출판
- 예담
- 출판일
- 2009.07.20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바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입니다.
로맨스 소설로 분류된 이 소설은, 사실 아주 특별한 소설입니다.
세상에 정말 흔하지 않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소설인데요.
왜 그럴까요?
바로.. 못생긴 여자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라서 그렇습니다.
예쁘다 못해 아름다운 여자가 나와도 모자랄 로맨스 소설에, 너무 못생겨서 초등학교 때 "괴물"이라고도 불리는 여자가 나오는 로맨스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1. 줄거리 & 주인공
소설의 주요 인물은 딱 3명입니다.
1. 배우를 닮아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주인공.
2. 너무 못생겨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여자주인공
3. 이 둘을 이어준 자유분방하면서도 약간 돈 많은 요한
이 셋의 이야기가 소설의 대부분인데요, 특이한 것은 1980 ~ 1990년대 배경이라 그 시절의 향수가 느껴진다는 점이죠.
어쨌든, 앞에서 말한 못생김은 이 소설의 주요 화두이기도 합니다.
여자 주인공이 너무 못생겨서 겪은 내면의 상처들이 진솔하게 묘사됨으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심지어, 남자주인공에게 "저는.. 너무 못생겼어요.."라는 말에,
남주는 "알아.."라고 대답하기까지 하죠.
뭐, 사실 "아니야,, 예뻐."라고 했으면 그게 더 상처였을 테죠.
어느 정도로 여주가 못생겼는지 아시겠나요? 사실, 책의 표지에 나와있는 저 그림처럼 생겼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못생김을 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고요, 이 소설의 주요 테마와 주제가 그렇기에 말씀드리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어쨌든, 이 셋의 우정, 사랑, 청춘이 바로 소설의 주요 이야기입니다.
2. 감상 포인트
1. 작가님의 감성 깊은 문장
모든 걸 포기해 온 길고 긴 문장과... 모든 걸 포기하는 기나긴 문장... 설사 그것이 그날 밤의 착각이었다 해도, 그러나 그 속에 숨어 있는 희미한 기대감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끝없이 이어진 도로 위를 터벅터벅 걸어가다... 발아래, 아스팔트 속에 감춰진 흙의 존재를 깨닫게 된 기분이었다.
나는 그녀를 떠올리거나, 잠시 곤한 잠에 빠지고는 했었다. 차고 기우는 저 달처럼... 그리움도 그렇게 차고 기우는 것이었다. 이제 내려야 하므로, 그래서 미리 벨을 눌러주면서도 나는 그녀가 보고 싶었다. 버스가 멈춰 서는 그 느낌, 손잡이를 잡고 땅에 내려서는 그 느낌처럼... 그것은 나를 멈칫하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다른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작가님 특유의 문체와 문장들을 읽는 재미가 확실히 있습니다.
이 문장들은 취향에 따라 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작가님한텐 서만 읽을 수 있는 작가님 고유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수에겐 음색이 있듯이, 작가들에겐 이런 특유의 문체들이 그들만의 음색인 것이죠.
어쨌든, 저는 이런 점들이 꽤 좋았네요.
2. 1980 ~ 90년대의 향수를 살려주는 묘사들
작가님 본인의 음악 취향과, 그 시절을 살면서 느꼈던 점들을 소설 곳곳에 넣어서 그런지, 그 시절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저는 사실, 2000년대가 좀 더 맞아서 이 시절의 이야기를 잘 모르겠으나.. 워크맨과 풍경, 싸구려 닭집 등의 묘사 등이 뭔가 1980년대 한국을 읽는 느낌이라 재밌었네요.
3. 작가님 특유의 풍자와 유머, 세계관 등이 보는 재미가 있다.
언제든 가질 수 있는 건 누구에게나 시시한 거니까.
요한은 끊임없이 질타했었다. 또 뭐가 아닌데? 넌 정말 아니에요의 여신이야. 널 이제 아니 에너스라 불러주마.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 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가수니, 배우니 하는 여자들이 아름다운 건 실은 외모 때문이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
소설은 결국, 작가님 특유의 생각과 가치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가님마다 고유의 생각과 세계관등이 은연중에 소설에 녹아져 있고, 그걸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박민규 작가님 책은 제가 처음 읽어보는데, 이런 특유의 풍자와 유머, 그리고 철학들이 꽤 재밌더라고요.
안 맞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맞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맺음말
사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기에는 주제가 다소 무거웠고,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빛나는 청춘의 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
짙은 그늘이 있는 여주와 남주의 사랑이야기였으니까요.
게다가, 여자주인공이 못생겼다는 설정도 좀 불편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 하나 때문에 한 인격이 이렇게 상처받고 질타받을 수 있다는 점.
저 또한, 은연중에 이런 실수들을 하지 않았나 싶은.. 반성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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