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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잠 | 아무튼 시리즈 53 | 정희재
아무튼 시리즈 53권. 10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 작가 정희재가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하는 신작 에세이이기도 하다. 전작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통해 우리에게 ‘힘들면 잠시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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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대한 에세이를 솔직하면서도 몽롱하게 풀어낸 이야기.
1. 책 『아무튼, 잠』 — 잠을 사랑하는 사람의 취향 선언
김한나 작가의 **『아무튼, 잠』**은 “잠”이라는 일상적이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행위를 한 사람의 취향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아무튼 시리즈 특유의 가볍고 산뜻한 문장 속에서, 작가는 잠을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닌 위로·회복·안전·삶의 쉼표로 바라봅니다.
잠이 단순히 ‘피곤해서 하는 행위’가 아닌,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주는 에세이네요.
뭔가 몽롱하면서도, 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라 재밌었습니다.
(24시간을 잤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믿기지 않는데.. 진짜 이렇게 잘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싶네요.)
2. 잠에 진심인 사람의 이야기: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
1) 잠은 나 자신을 지키는 안전지대
작가는 잠을 통해 감정의 균형을 다시 찾고,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며, 다음 날을 살아낼 힘을 충전한다.
잠을 사랑한다는 말이 가벼운 애정 고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삶을 유지하는 생존 전략이자 마음을 지키는 방법으로 묘사된다.
2) 잠이 주는 위로와 회복의 감각
책 곳곳에 나오는 일화들은 소소하지만 공감 가득하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 과로한 날, 슬픈 날에도 잠을 통해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과정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읽다 보면 “나도 오늘 좀 일찍 자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3) 잠이라는 취향을 중심에 두고 바라본 삶
책은 잠을 단순 주제가 아니라 하나의 렌즈로 삼아 삶을 바라본다.
잠이 부족했던 시절, 너무 잠이 많아 고민했던 시절, 잠이 필요했던 순간의 이야기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의 결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3. 『아무튼, 잠』이 주는 매력 — 왜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까?
✔ 1) 가볍게 읽히지만 오래 남는 이야기
짧은 챕터 구성, 담백한 문장, 일상적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어 부담 없이 읽힌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겪는 수면과 감정, 휴식의 문제를 건드려 오래 여운이 남는다.
✔ 2) 불면과 과로의 시대에 건네는 따뜻한 말
바쁘고 지친 현대인에게 ‘잘 자는 것’은 의외로 큰 도전이다.
이 책은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한다.
잠을 잘 자야만이, 다음 날을 살아갈 수 있으니..
✔ 3) 잠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잠이 고민인 사람에게도
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에게는 공감과 즐거움을,
잠이 부족하거나 불면을 겪는 사람에게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준다.
수면제를 복용하는 건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복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은 누군가에겐 위로를 줄 수도 있겠다.
4. 『아무튼, 잠』이 알려주는 ‘잠을 대하는 태도’
책에서 강조하는 건 특정한 수면 팁이 아니라 잠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 지금 피곤하면 그냥 자도 좋다는 태도
- 휴식이 사치가 아니라는 생각
- 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 회피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선택이라는 관점
특히, 휴식이 사치가 아니고 잠을 푹 자는게 좋다는 말은 잠이 부족한 이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될 것 같다.
물론, 누구나 잠을 푹 자고 싶지만 못 자는 것에서.. 팔자 좋은 소리를 한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책 속의 문장들
인간에게 집이란 뭘까. 또 잠이란 뭘까. 밥은 세끼 다른 곳에서 먹어도 상관없고, 옷도 필요하면 바로 사 입어도 된다. 하지만 잠은 다르다. 지금 쓰고 있는 매트리스와 이불, 베개는 우리에게 달라붙어 제2의 피부가 되고 만다. 인간의 복지는 거창하고 복잡한 것에 있지 않다. 몸에 익은 공간에서 마음 편하게 잘 수 있는 루틴이야말로 일상의 진국, 찐 행복이다. 사실 우리는 그걸 유지하기 위해, 혹은 좀 더 나은 조건의 루틴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피 땀 눈물을 바치며 일생을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낯선 수면 환경에서는 뇌의 반쪽이 다른 반쪽보다 좀 더 얕게 잠든다는 것이 수면학계의 정설이다. 깨어 있을 때의 뇌가 이곳은 덜 안전한 환경이라고 기록해 두었기에 경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깊은 잠을 못 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밤 9시 이후에는 채권추심도 금지되고, 전쟁 중일지라도 어지간하면 휴전 상태에 들어간다. 잠자는 시간을 인정해 많은 것들이 멈춘다. 딱 세가지만 빼고. 대출 원리금과 세금, 그리고 죽음
지금의 잣대로 과거의 나를 판단하는 건 공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치사한 일이니까. 그때는 다만 그렇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세계는 장막을 덮어쓰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설치미술 같아서 내가 잠든 사이에 결정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만 같았다. 나만 빼놓고 친구들이 의미와 재미의 모닥불 둘레를 에워싸고 잇지 않을까 초조해했다. 인생의 전반적에는 부모가 어린 우리를 재워놓고 그 시간에 뭔가를 도모했다면, 이십 대 이후에는 처지가 바뀐다. 다음 날 생계가 거린 확실한 일과가 있는 부모는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다.
자신을 긍정하고, 스스로 애씀을 알아주고, 셀프 격려할 수 있는 청춘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걸 자기 합리화와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시절 간절히 바랐던 것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거였다. 내 촉수에 걸리는 숱한 감각과 인식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 염원이 내 능력과 재능을 벗어난 신기루 같은 것임을 자각할 때면 누군가 클로로포름에 적신 천을 얼굴에 덮은 것처럼 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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